샤프는 평소에 그리스도를 아는 것과 교회사에 친숙해지는 것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이러한 사상은 이제 본서를 통하여 경건과 학문이라고 하는 두 기둥이 얼마나 유용하게 결합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지나간 역사야말로 하나님께서 일하신 역사의 현장이 아니겠는가? 샤프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경건한 신앙으로 이 역사의 현장을 정확하게 읽어냈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주었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역사적 개혁교회의 모습은 진공상태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참으로 많은 믿음의 선진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피를 대가로 지불하였다. 하나님의 성신께서는 개혁자들의 지성에 진리를 밝히시면서 가슴에 불을 붙이셨고, 개혁자들은 이 능력에 사로잡혀 생명을 바쳐 성경의 교회를 구현해 내었다. 교회의 표식을 명확히 규정지었으며, 교회의 속성을 힘있게 구현해 내면서, 무엇보다도 교회의 반석인 신앙고백을 확립했다. 종교개혁 시대의 역사적 개혁교회 이상으로 성경에 충실했던 모범적인 교회를 과연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본서가 또다시 단순히 읽고 옆으로 치워져 버리는 소모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작은 책이지만 신앙생활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개혁의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따라서 역자는 본서를 번역하면서 단순히 번역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개혁신앙으로도 도약할 수 있는 학습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첫째, 샤프가 칼빈의 신학을 다루는 주제에 맞추어 기독교강요 본문 자체의 흐름을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당 주제와 관련된 '기독교강요의 분석'을 특강으로 삽입하였다. 주지의 사실이듯이, 현대에 제기되는 대부분의 신학적 명제들은 이미 칼빈이 정리해 놓은 신학 주제들에 대한 각주와도 같을 뿐이다. 이러한 칼빈의 신학은 그의 역작 기독교 강요에 거의 다 실려 있다.

둘째, 본문에서 다루는 '역사의 현장'을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중요한 교회사의 사건들에 대한 해설을 실었다. 이것은 역자의 역량으로는 부족한 부분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번역 및 집필하여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되게 했다. 이때 이러한 해설들은 실천적인 측면에서 제시된다. 즉 교회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지나간 과거의 역사로 무시해 버리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그 원리를 다시금 재현해내야 하겠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주제가 되기를 바란다.

셋째, 따라서 함께 중요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본서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실천하기 위한 '행동 강령' 혹은 우리 자신을 점검해 보기 위한 '토론 거리'를 제시했다. 진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거나, 마치 찻잔 속의 폭풍과도 같이 잠깐 일어났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마는 일순간의 '종교적 자기 감정'에 더 이상 속지 말자.
우리에게 항상 중요한 것은 백 개의 지식 습득이 아니라 한 개의 진리 앞에 자신을 복종시키는 겸손한 실천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