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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목사의 즐거운 은퇴 생활 이야기
대교단 감신대에 들어갔다가 소교단 나사렛신학으로 옮겼습니다. 황소 꼬랑지보다 닭대가리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사렛의 강원용으로 행세하다가 나사렛의 조용기가 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욕심 사납게 교단최초로 40일 금식기도를 했지요. 부흥회를 인도하는데 불이 내리고 향기가 진동하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도교(道敎)신자 장각 장보 장량에게 신통력이 내리자 삼형제는 오두미(五斗米)교(敎)를 창시합니다. 백만신도가 몰려들자 장각은 황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머리에 누런수건(黃巾)을 두르고 황건적(黃巾賊)의 난을 일으켰습니다. 삼국지이야기입니다. 부흥회에 기적이 일자 은근히 황건적 같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하, 잘만하면 나도 조용기목사처럼 대형교회를 만들 수 있겠구나!”
1988년 미국으로 와서 이민목회를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40년 목회를 끝내면서 이런 책을 냈으니까요.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그리고 은퇴했습니다.

*은퇴는 벗어버리고 내려 놓는 것입니다.
목회하면서 감투처럼 누렸던 승리와 영광들을 훌훌 벗어버렸습니다. 실패하고 괴로웠던 짐들도 모두 내려놨습니다. 현역 때 했던 일은 여간해서 안하려고 하지요. 그렇게 가볍고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은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인환의 거리를 헤매던 문둥이 시인 한하운이 보리피리를 불며 꽃청산을 찾아가듯 말입니다. 현역시절에는 사람틈바구니에 끼어서 싸우고 미워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은퇴하면 사람들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사는게 좋습니다. 나는 흙과 숲과 바다와 하늘이 열려 보이는 반반도시(半半都市) 돌섬으로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