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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x219mm


새벽,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새벽에 어디에선가 우는 소리가 들려와 잠이 깨었습니다. 그것도 흐느끼는 소리가 아니라 통곡하는 소리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 소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제가 자면서 낸 울음소리였습니다. 눈에서 흐른 눈물로 베개는 흠뻑 젖어 있었고, 얼마나 목 놓아 울었던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흰색 반팔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으신 모습이 조금 여위어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허리를 굽힌 채 나무로 된 상자에 무엇인가를 계속 담고 계셨습니다. 제가 뒤로 다가가서 “아버지!” 하고 불러 보았지만 아버지는 듣지 못하셨는지 하던 일만 계속하셨습니다. 그제야 아버지의 청력이 많이 떨어져 언젠가 보청기를 해 드렸던 기억이 났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버지!” 하고 불렀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저를 보시고는 활짝 웃으셨습니다.
반가움이 가득한 아버지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제가 아버지를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와 그 사랑을 표현하는 데 얼마나 인색했는지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깨었던 것입니다.
잠을 깨고 난 후에도 한동안 울음을 그칠 수 없었습니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미워할 때는 미워하느라고 흘려보낸 시간이, 사랑한 후에는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지나가 버린 시간이 너무도 안타까워 어둠 속에서 허공을 바라보면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들어가는이야기 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