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창조신앙에 간직된 복음과 영성에 관한 깊이 있는 사색

이 책은 창조에서 바벨탑 사건에 이르는 창세기 1-11장 이야기를 창조신앙의 관점에서 되새겨본다. 여기서 저자는 창세기 1-11장을 성서비판학의 대상이 아닌 경전(經典)으로 대한다. 비평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경전의 세계를 음미하며 하나님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또 여러 성서해석방법론을 두루 적용하는 넓이의 해석보다는 본문이 갖춘 문예적 짜임새·생김새·쓰임새를 살피면서 해석의 사다리에 오르는 깊이의 해석을 시도했다. 저자는 이를 다석 유영모의 말을 빌려 ‘물음·불음· 풀음’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묻고 불리고 풀고! 그러면서 새기고! 묻고 불리다 보면 말씀이 나를 부릅니다. 그래서 부름입니다. 말씀을 풀다 보니 창조세계의 색깔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푸름입니다.”(6쪽)
저자는 그렇게 본문을 읽고 깨달은 바를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나 『도덕경』을 비롯한 동양 고전들의 가르침과 마주하게 하여 그 깨달음의 폭을 넓히고, 아울러 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활용하여 창조신앙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하나님의 창조행위는 존재에 대한 긍정이며, 무에 대한 부정이다. 창조신앙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 하나님께 있으며 그분의 섭리 때문에 우리의 삶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해준다. 우리 존재의 권리는 우리가 아닌 하나님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하며 일그러진 창조공간의 샬롬 회복을 꿈꾸게 한다. 창조신앙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며 우리 삶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창조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의 삶 신비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며, 내가 말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나를 읽는 듯한 기쁨과 감동을 누리게 될 것이다.